기념비 취지문 100년 전 그날, 종교인들은 다름과 차이를 극복하고 대동단결하여 하나가 되었습니다.

기념비 취지문

백 년 전 그 날, 종교인들은 무너졌던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우리는 오늘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5천년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우리 민족은 일본의 침략과 지배 아래 주권국가로서 자유와 권리를 상실한 채 허무와 절망의 나락에 빠져 있었습니다. 강제합병 이후 일제의 무단통치 하에서 약탈과 차별의 식민통치에 대한 저항이나 빼앗긴 자유와 권리를 되찾기 위한 몸부림이 점차 그 힘을 잃어 현재에 대한 열정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품지 못하고 있을 때 다만 종교인들이 분연히 떨쳐 일어나 독립한 나라임을, 자주하는 민족임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이로써 세계만방에 고하며 인류평등의 큰 뜻을 밝히며 자손만대에 민족자존의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게 하노라.”

백 년 전 그 날, 종교인들은 시대의 흐름과 하늘의 뜻을 깨닫고 그것을 실천하였습니다.

“아아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전개되도다.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도다.”

유럽에서 전쟁이 끝나고 파리 세계평화회의가 열린다는 소식과 함께 고종황제의 급작스런 승하 소식을 접한 종교인들은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강탈과 억압으로 점철되었던 ‘낡은 질서’를 무너뜨리고 정의와 양심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하늘의 뜻’을 깨달았습니다. ‘하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으로 종교수행의 근본을 삼았던 종교인들이었기에 거역할 수 없는 책임감으로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외쳤습니다.

“이것은 하늘의 뜻이고 시대의 흐름이며 전 인류가 함께 살아갈 정당한 권리에서 나온 것이다.”

백 년 전 그 날, 종교인들은 다름과 차이를 극복하고 대동단결하여 하나가 되었습니다.

“양심이 우리와 함께 있으며 진리가 우리와 함께 나아가도다. 남녀노소 구별 없이 어둡고 낡은 옛집에서 뛰쳐나와 세상 모두와 함께 즐겁고 새롭게 되살아나리라.”

급박한 상황에서 준비기간은 불과 한 달, 그 짧은 기간에 천도교와 불교, 기독교 지도자들은 종파주의와 교파주의 장벽을 넘어 신뢰와 협력, 양보와 희생을 바탕으로 일을 성공시켰습니다. 특히 준비기간 막판에 천도교 지도자들은 기독교측에 거액의 운동자금을 흔쾌히 지원하여 중국과 일본에 특사를 파견하고 독립선언서를 지방에 분배한 후 수감된 독립운동가 가족을 구휼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종교인들은 한 목소리로 민족을 향해 외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마지막 한 순간까지 민족의 정당한 뜻을 마음껏 드러내라.”

그러나 오늘, 우리에게 선배 종교인들의 꿈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 우리 조선의 독립은 조선인의 정당한 번영을 이루게 하는 것인 동시에 일본이 잘못된 길에서 빠져 나와 동양에 대한 책임을 다하게 하는 것이다. 또 중국이 일본에게 땅을 빼앗길 것이라는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며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의 중요한 부분인 동양 평화를 이룰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독립은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이루는 바탕이었습니다. 침략과 억압으로 위장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정의에 바탕을 둔 참된 평화를 꿈꾸었습니다. 그 후 백년 세월이 흘렀음에도 오늘 우리는 평화롭지 못합니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로서 우리 민족의 아픔과 시련은 여전히 남아 있고 일본과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불신과 갈등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백 년 전에 독립만세를 부르면서 꿈꾸었던 ‘평화 세상’은 오늘도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 날, 선배들이 ‘독립너머 평화’를 불렀듯 오늘, 우리는 ‘통일너머 평화’를 외쳐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선배 종교인들의 지혜와 용기를 되새기는 기념비를 세우려합니다.

그 때 종교인들은 그 암울했던 상황에서도 나라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죽기를 작정하고 떨쳐 있어났습니다. 그런 종교인들의 지혜와 용기, 연합과 협력이 있었기에 거족적인 삼일독립만세운동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천도교와 불교, 기독교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독립선언서를 읽고 만세를 불렀던 옛 태화관 그 자리에 작은 돌비 하나를 세우고자 합니다. 오늘 우리는 백 년 전의 그 위대했던 선배들의 역사를 기억하며, 또한 백 년 후의 우리 후손들이 한반도에서 누릴 세계평화와 인류행복의 그 날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기념비를 세우려 합니다. 백 년 전 ‘선한 의지’ 하나로 작은 힘을 함께 모아 큰일을 이루었던 선배들의 도우심이 민족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오늘 우리와 함께 할 것입니다.

“수천 년 조상의 영혼이 우리를 돕고 전 세계 기운이 우리를 보호하나니 시작이 곧 성공이라. 다만 앞에 있는 광명으로 나아갈 따름이라.”

2019년 5월 31일
종교인연합 3·1운동100주년기념비 건립추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