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대한민국헌법정신과 혐한매국주의 – 불의에 맞선 정의를,반(反) 인도주의에 맞선 인도주의를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 국민이 정의,인도,동포애의 3대 가치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정의,인도,동포애의 3대 가치는 대한민국 헌정사가 시작된 이래 제5공하국 헌법을 제외한 모든 헌법에 빠짐없이 명시되었다. 그런데 정의,인도, 동포애란 각각 무슨 뜻일까? 우리는 그 뜻을 정확히 알고 있는가? 허다한 인간적 가치 중에 굳이 이 셋을 헌법 전문에 명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독립선언문에 새겨진 정의·인도·동포애

1919년 3월 1일에 공표된 독립선언서에서 선언문은 “오등(居等)은 자(技)에 아(我)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한 문장뿐이다. 나머지는 독립 선언의 이유에 대한 설명문이다. 그 첫째가 “차(此)로써 세계만방에 고하여 인류평등의 대의(大義)를 극명하며”였고,그 다음이 “차로써 자손만대에 고하여 민족자존의 정권(正權)을 영유케 하노라”였다. 당시 민족대표들은 ‘인류평등의 대의’를 ‘민
족자존의 정권’보다 앞세웠다. 독립선언서는 곳곳에서 이 ‘대의’를 부연 설명했다.

선언서는 우선 침략주의와 강권주의를 구시대의 유물로 치 부하고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온다”고 밝혔다.
‘도의의 시대’란 ‘인류통성(人類通性)과 시대양심(時代良心)이 정의의 군(軍)과 인도의 간과(干文)가 되어 약소민족을 보호 원조하는 시대’였다. 정의와 인도는 여기에서 짝으로 명시되었다. 이어 “과거 전세기에 연마 장양된 인도적 정신이 바 야흐로 신문명의 서광을 인류의 역사에 투사하기 시작한다” 고 하여 인류 역사의 새 시대는 인도적 정신이 지배하는 시대임을 분명히 했다. 공약 삼장 첫 번째도 “금일 오인의 차거(此擧)는 정의 인도 생존 존영을 위한 민족적 요구이니 오직 자유적 정신을 발휘할 것이요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일주(逸 定)하지 말라”였다. 역시 정의와 인도를 맨 앞에 두었다.

독립선언서의 인도는 천도(天道)와 대비되던 유교의 인도가 아니라 휴머니즘의 번역어인 인도주의를 줄인 말이다. 역사상 크게 보아 세 차례의 인도주의 고조기가 있었다. 첫째는그리스 로마 시대. 둘째는 르네상스 시대. 셋째는 제 1차 세계 대전 이후의 시대. 앞 두 시대의 인도주의가 신에게 속박되어 있던 인간의 자립을 지향한 반면,세 번째 인도주의는 그와 정반대 방향,동물적 삶을 극복한 인간을 전망했다.

1859년 찰스 다윈은『종의 기원』을 출간하여 인간이 ‘신의 형상으로 창조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다른 동물에서 진화한 ‘동물의 일종’임을 선언했다. 그는 인간을 포함한 생물 진 화의 원인으로 생존투쟁과 자연선택을 제시했는데,이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경쟁 중심의 세계와 무척 정합적이었다. 허버트 스펜서는 이를 생물 진화의 원리를 넘어서는 사회와 역사 발전의 일반 원리로 정립했다. 이른바 ‘사회진화론’의 탄생이다. 사회진화론은 현실의 모든 불평등과 불공평을 정당화하는 이론이었다. 경쟁력 있는 자가 승리하며,승자가 패자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사회 발전의 철칙이 라고 주장하는 사회진화론은 침략주의와 강권주의를 강력히 뒷받침했다. 사회진화론의 기본 전제는 ‘인간도 동물이다’였다. 이에 반대하여 ‘인간은 동물과 다른 존재’임을 천명하고 실천하는 것이 20세기 인도주의였다. 힘 만능의 동물적 관점 을 배격하고 인도주의적 관점을 옹호하는 것이 바로 정의였다. 모든 민족 구성원을,나아가 인류 전체를 평등한 관계로 새로 묶어 주는 것이 동포애 또는 형제애였다. 정의 인도 동
포애의 3대 가치는 3나절 기념식이 거행될 때마다 되새겨졌 고,마침내 1948년 제헌헌법 전문에 새겨졌다.

헌법 정신 배척하는 ‘험한 매국주의’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강제동원과 학대에 당시 전범기업이 책임질 부분이 남아 있으며,민간의 청구권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다는 한국 대법원 판결은,그 어떤 것도 인권에 우선할 수 없다는 인도주의의 원칙을 지킨 것이다. 일본이 이 판결을 문제 삼아 대한 수출규제를 감행한 것은,구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와 강권주의,즉 군국주의를 되살리려는 시도이다. 근래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적 침략
행위를 미화하고,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 개헌을 추진해 왔다. 아베 정권의 도발 목적 중 하나가 일본에서 청산되지 않은 군국주의적 ‘혐한의식’을 자극하여 개헌의 동력으로 삼는 데에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한국의 일부 지식인은 아베 정권의 반인도적 이고 불의한 도발을 규탄하기는커녕,오히려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여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을 근대화했으며,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은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종군 위안부 강제동원이나 징용 노동자 학대에 관한 담론들은 한국인들이 전 근대적 종족주의에 기반하여 조작한 신화(神話)라고까지 단언한다. 그들이 이런 주장을 펴기 위해 왜곡
한 사실들을 하나씩 지적할 여유도,그럴 필요도 없다. 침략주의와 강권주의를 앞세운 식민지 지배는,그것이 식민지에 어떤 객관적 변화를 이끌었든 ‘인류평등의 대의’에 어긋나는 인류사적 범죄 행위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 하다.

정의·인도·동포애는 군국주의 식민 통치의 불의와 비인도성을 직접 체험한 사람들이 도출해 낸 가치였으며,그런 점에서 인류사적 보편성을 지닌다. 지금 한국 시민들이 벌이는 일제 불매운동은 즉자적인 반일 민족주의의 표출이 아니라 불의에 맞서 정의를,반(反) 인도주의에 맞서 인도주의를 천명하는 행위여야 하며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우익의 뿌리 깊은 ‘혐한의식’에 편승하여 ‘혐한 매국주의’를 설파하는 자들은,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배척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시대 인류의 양심마저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 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1948 세계 인권선언 제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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