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독립운동가| 벽화로 되살아난 독립운동가들-그라피티 작가 레오다브(LEODAV)

정독도서관에서 북촌한옥마을로 올라가는 한 골목길. 특징 없는 회색빛 벽 위에 오색빛깔의 물감이 입혀진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백범 김구와 혼례복을 입고 입을 맞추는 박열과 가케노 후미코,태블릿 PC를 들고 있는 도산 안창호 선생 등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인생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이 반짝인다.

 

그림으로 표현하다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이 새겨진 삼청동의 벽화는 누군가가 보기엔 벽에 칠해진 낙서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그라피티 (graffiti)라는 예술의 한 장르다. 스프레이를 이용해 건축물의 벽면이나 교각 등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그리는 행위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던 레오다브는 힙합동아리에 들어가면서부터 그라피티를 시작했다.

인물이나 자유롭게 글자들을 쓰면서 벽화를 그리던 그의 그라피티 활동은 2013년 결혼을 하고,첫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그해에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두고 이념 갈등이 심화되었고 2009년부터 2012년 대선 때까지 이명박 정부가 국가정보원과 국방부와 여론을 조작한 사건이 밝혀지는 등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들이 많이 일어났고 극단적인 성향을 띈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동도 활발했다. 이때 레오다브 작가는 생각했다. ‘나중에 우리 아이가 컸을 때 역사적인 사실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이야기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거리에 나가서 그림을 그리는 일을 업으로 하던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비겁한 일인 것 같았어요. 이왕이면 의미 있는 날에 의미 있는 시작을 하고 싶어서 9월 28일 유관순 열사가 돌아가신 날을 기점으로 해서 삼청동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그렇게 시작된 레오다브 작가의 독립운동가 시리즈는 SNS와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고 관광객들이 ‘인증샷’을 찍는 포토존이 됐다. 이끼와 바람에 그림이 마모되면 복원작업을 거친다. 정독도서관의 요청으로 이미 한 차례 복원작업을 마쳤고,몇 년이 흐른 지금도 정독도서관과 복원 작업을 논의 중이다. 이렇게 독립운동가들은 삼청동의 벽화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문화의 힘

백범 김구 선생이 한없이 가지고 싶어 한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는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준다. 김구 선생은 문화의 힘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랐다. 레오다브 작가도 문화의 힘을 믿는다. 젊은 친구들이 그의 작품을 보고 우리나라의 역사에 더욱 관심을 가질 때,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로부터 연락이 을 때 그는 자신이 문화를 조금씩 바꾸고 있음을 실감하고 그 힘을 느낀다. 그라피티 작가들 사이에서 비공식 활동 공간으로 통하던 신촌 굴다리를 공식적인 공간으로 만든 것도 그다.

“신촌 굴다리가 방송에도 많이 나오면서 인지도가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서대문구청 쪽에서는 잘 정비된 그림으로 벽화거리를 조성하려고 했죠. 그때 저희가 자유롭게 그라피티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게 더 좋다고 역제안을 드렸어요.”

신촌 굴다리에는 도산 안창호와 백범 김구,김란사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최근에는 한 TV 예능 프로그램의 광복절특집 편에 출연해 옥매산 강제징용 생존자 김백운 선생과 일제 강점기 시절 혈맹단을 조직해 항일운동을 추진했던 승병일 애국지사의 얼굴을 크게 그렸다.

그는 벽에만 남아있는 그라피티 작품을 실내 전시장에서도 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라피티는 보통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음각으로 잘라내 벽에 붙인 뒤,그 위를 스프레이로 뿌려서 완성하거나 벽에 바로 글을 쓰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전시관 쪽의 요청으로 벽에 작업한 그림을 캔버스에도 하나 남겨서 전시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는 잊혀진 독립운동가들을 조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낯선 얼굴이니만큼 인물에 대한 에피소드를 키워드로 표현하거나 아이콘으로 만들어 낙서처럼 주변에 그린다. 우리나라의 영웅인 독립운동가들을 어떻게 하면 쉽고 재밌게,멋있게 젊은 친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그는 항상고민한다.

“특정 인물을 소재로 하다 보니 누구는 그리고 누구는 안 그리고의 문제가 생각보다 쉽진 않아요. 유명하신 분들이 부각되어있는 게 맞긴 하지만 웬만하면 덜 알려진 분들을 조명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역사를 기억하고 바로잡다

그는 독립운동가 시리즈를 계속 진행하면서 이와 상반되는 시리즈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고 바로잡으려 한다. 밀정이나 친일파를 주제로 그들의 얼굴과 이름,행적을 그라피티로 표현해 기억되게 하는 것이다.

“저희도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기도 하지만 독립운동가 후손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 부분에 대해 많이 말씀을 해주세요. 밀정과 친일파에 대한 기억들이 많이 흐려져 가는 것이 사실이죠. 이를 기억할 수 있도록 친일파와 밀정을 표현하는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독립운동가와 관련된 더 많은 문화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문화독립군(가칭)을 만들었다. 레오다브와 함께 독립운동가 그라피티 시리즈를 진행하는 황은관 작가,독립운동가를 피규어로 만드는 위세임 김은총 대표와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 김용만 씨,역사문화콘텐츠 기획 및 제작자 정상규 작가 등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료 예술인들과 모끼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새로운
세대들이 우리 역사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면서 이를 기억할 수 있도록 독립운동가들을 체 게바라나 간디,아인슈타인처럼 아이콘화해서 문화 곳곳에 스며들게 하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모임 이름이 가칭이기도 하고 확실히 정해진 건 없어요. 상업적이라고 나쁘게 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활용해 우리나라의 실제 영웅들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심어주고 싶어요. 젊은 세대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걸 만들자는 취지로 모였어요.”

3·1 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을 맞이한 지금. 그는 자신의 세대가 광복 100주년이라는 또 한 번의 100주년을 볼 수 있는 운이 좋은 세대라고 말한다. 2045년 광복 100주년을 맞이할 때까지 다루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들을 더 많이 작업해 놓고,그때 더욱 멋있는 전시를 할 수 있길 소망한다는 레오다브 작가. 그의 행보는 일제 치하의 암흑기 속에서 자주독립을 위치며 자신들의 색깔을 드러냈던 독립운동가들과 그
결을 같이 하고 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